용와정 살인사건

구경 2008/07/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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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와정 살인사건 1,2

저자 : 시마다 소지
역자 : 김소영
발행 : 두드림 출판사

근래 본 몇 권의 일본 신본격 미스테리는 트릭 집착증도 아니라 기묘한 배경 만들기 경쟁에 돌입한 듯 하다. 간단하고 소박하게 보이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그리고 사실 좋은 작품들은 대부분 그러한데-어쩌자고 사건이고 배경이고 주리장창 벌려놓기만 하는 것이냐. 제대로 수습도 못 하면서!

이 <용와정 살인사건> 역시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를 벌려놓기에 바쁘다. 기묘한 배경, 전설, 끔찍한 사건,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행동들 까지. 나름대로 흥미를 끌만한 코드가 그득하지만, 미안하지만 전부다 과하기만 과할 뿐, 도대체 알맹이가 없다.

게다가 화장실 탐정 미타라이가 스웨덴인가 어딘가로 떠나있는 바람에 대신 등장한 '탐정이 된 왓슨' 이시오카는 자신감 없는 탐정이란 얼마나 무쓸모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시체를 쌓는 탐정은 흔하지만, 게다가 본인이 친구 탐정을 그리워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길 멈추지 않으니 읽는 이는 도저히 탐정을 믿을 수 없고 믿음직스럽지 않은 탐정의 활약은 별로 흥미롭지도 않다. 하긴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인물은 아무도 없다. 이유없이 괴팍한 주인이라던가, 이해되지 않는 선호를 지는 여고생이라던가, 미타라이의 눈 대신으로 등장하는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형사라던가...

더우기, 탐정이 스스로 화자를 자처한다는 서술방식을 택한 것은 그저 작가가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방식을 택하고서도 굉장히 잘 쓴 작품들이 여럿 있지만, 행동력 없고 솔직하지도 못한데다 다분히 감상적인 이 탐정은 말까지 많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사실 묘사에 감상까지 덧붙이니, 글은 길어지고 추리과정 중의 의식의 흐름은 지나치게 노출되어 버린다. 덕분에 작가는 반전을 위한 어쩔 수 없이 사고과정을 생략해 버리고, 덕분에 사건의 해결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기나 한 듯 '팍'하고 탐정에게 꽂혀버린다.  

그리하여 나온 범인은 허무할 정도로 생각대로이고, 동기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못 쓴 판타지스러운 동기라니. 게다가 아무리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라지만, 도대체 클라이막스의 그 장황한 배경설명은 도대체 뭐냐. 저번작 <사신유희>도 그렇고 배경 설명이 지나치게 길고, 설명적이다. 게다가 90퍼센트 정도는 쓸모가 없다.

동기나 범인을 알고 나서도, 읽는이를 불쾌하게 만드는 쓸데없이 잔인한 살인방법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생각컨데, 시마다 소지는 요코미조 세이시가 만들어낸 '마음속의 어둠'이라는 숨겨진 동기를 계승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게 지나치니 추잡하다. 게다가 잘 다루지도 못한다. 수박 겉 핥기라는 말처럼, 깊이가 없다.

그나마 쓸만했던 것은 무쟈게 복잡했던 용와정의 구조를 이용한 트릭과 구조의 이유 부분이었다. 그 외의 편집자와 앉아서 회의를 많이 했을법한 배경이라던가 문화적인 부분은 낭비된다. 책을 두권으로 만든 건 절제하지 못한 욕심 때문인 듯 싶고, <암흑관의 살인>처럼 글 줄이기 연습을 요청하고 싶다.

절대 추천하지 않음. 시간이 남으면 일독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나보다 더 시간 남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 그나마 페이지는 술술 넘어간다. 술술 넘어간만큼 남는 게 없어 문제지.
Posted by 투명고냥이